‘시신 없는 보라카이 살인’, 고교 선배 ‘무기징역’ 확정
대법원, 40대 A 씨에 대한 상고 기각
필리핀 숙소서 고교 후배 살해한 혐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 A 씨 명의로 기재
돈 빌려놓고 유족에 돈 갚으라 요구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고교 후배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보험설계사는 항소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도살인과 사기,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 대한 상고를 지난 13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생명보험 서류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보험설계사 B 씨에 대한 검찰 상고도 기각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힌 B 씨는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A 씨는 2020년 1월 필리핀 보라카이 한 숙소에서 고교 후배인 30대 남성 C 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넣은 숙취해소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직후 C 씨 시신이 현지에서 화장된 이 사건은 ‘시신 없는 보라카이 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중·고교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C 씨에게 2019년 연 5~8%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두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 씨는 오히려 C 씨가 숨진 후 자신이 6000만 원을 빌려줬다며 유족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C 씨 사망 보험금 약 6억 9000만 원 지급을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다. 앞서 A 씨는 C 씨에게 생명보험 가입을 권유했고, 최대 6억 9000만 원에 이르는 사망 보험금 수익자는 가족이 아닌 A 씨로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A 씨가 C 씨에게 졸피뎀을 먹여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후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제3자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 돌연사나 자연사는 여러 증거에 의해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당시 A 씨가 피해자 사망으로 얻을 수 있는 채무 면탈과 거액의 사망 보험금, 허위 공증서에 의한 금전적 이익 등을 보면 A 씨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동기나 목적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시신이 없는 살인 사건인 만큼 피해자가 알코올 과다 섭취로 사망하거나 졸피뎀과 알코올 상호 작용에 따른 사망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에게 적용된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두 번째 보험 계약과 관련해 A 씨가 보험계약 청약서 전부를 위조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