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촉구 행진… 부산에 세계 시선 쏠린다
세계 환경단체 23일 부산 벡스코 일대 행진
유엔 회의 앞두고 ‘강력한 협약’ 성사 촉구
부산서 25일 시작될 회의가 ‘분수령’ 평가
플라스틱 줄일 협약 이끌 수 있을지 주목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를 앞두고 부산에 모인 전 세계 환경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강력한 협약을 촉구하기 위한 평화 행진에 나섰다. 이번 5차 회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감축 협약을 실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와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했다. 그린피스(Greenpeace), 지구의벗(FOEI),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등 국내외 활동가와 시민 등이 거리로 나왔다.
행진은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INC-5에서 실질적 플라스틱 감축 협약 성사를 요구하며 진행됐다. UN 회원국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5차례 협상 회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고, 2022년부터 네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며 ‘생산을 감축하자’는 국가와 달리 산유국 등은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고 주장하며 대립했다.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열릴 5차 회의는 협약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기로로 꼽힌다. 회의가 열릴 부산에는 170여 개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 국제기구, 환경단체 등에서 약 4000명이 찾을 예정이다. 플라스틱 협약은 2015년 파리협정을 성사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3일 행진에서 환경단체 회원과 시민들은 ‘플라스틱 이제 그만(NO MORE PLASTIC)’을 외쳤다. ‘플라스틱 오염 끝내자’와 ‘지금 당장 생산 감축’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걷기도 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징물도 선보였고, 특정 산업이 아니라 지구를 대변할 협약을 지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환경단체는 다양한 의견을 내세우며 강력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23일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에 5초, 분해에 50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이런 플라스틱을 매년 4억t 이상 생산하는데 세계 정부와 기업이 나서 플라스틱 재질 개선과 생산량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아동 등 60여 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해 일부 승소한 ‘아기기후소송’ 당사자인 김한나(9) 양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돌고래나 바다거북 등 소중한 해양생물이 죽고 있고, 우리 몸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인다”며 “생명과 플라스틱 생산을 맞바꾸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세미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글로벌 정책고문은 “플라스틱에는 1만 6000개 넘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4200개가 사람과 환경에 유해한 것으로 분류된다”며 “플라스틱 전 주기에 대한 관리와 보고 의무, 투명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피타 바갓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아태 사무국 플라스틱 정책사무관은 “이번 5차 협상은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첫 회의”라며 “아시아는 피해 지역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또 타국에서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수입량이 전체의 74%에 달한다”며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은 플라스틱 전 주기를 포괄하는 구속력 있는 규제에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5차 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선률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마지막 협상 회의에 거는 시민 기대와 요구가 크다”며 “제5차 협상 회의 개최국이자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 소속인 한국 정부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세계 4위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인 한국 정부는 4차 회의까지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며 “이번 ‘생산 감축’ 입장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하고, 지난 2년간 후퇴한 국내 자원 순환 정책 역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장기적인 산업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큰 변곡점”이라며 “국내 플라스틱 산업 역시 생산 감축을 기반으로 다회용기·재사용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