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주 편의점 알바 폭행 사건 1년… 성 인식 바뀌어야”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 김미경 대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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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포럼 만들며 활동 시작
경남성평등교육센터도 개설
학생 중심 성인지교육 활발
“물리적·기능적 환경 개선 넘어
성 평등 관심 갖는 사회 돼야”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 김미경 대표는 지역에서 성 평등 교육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 김미경 대표는 지역에서 성 평등 교육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주 편의점 알바 폭행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은 결코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습니다. 지역 성 평등, 성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시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남성 A 씨가 술에 취해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생과 손님을 폭행했다. 폭행의 정도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쟁점이 됐던 건 해당 사건이 여성 혐오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A 씨는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알바생을 폭행했고, 법원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것”이라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역에서도 올바른 성 평등·성 인식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 김미경 대표의 역할이 커진 건 그즈음이다.

“편의점 알바 폭행은 우리 지역 성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입니다. 지금까지는 공공의 영역으로만 인식됐고 굉장히 제한적인 기회의 교육밖에 없었어요.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겁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서부경남은 성 평등, 성 인식과 관련한 공식 전문 교육기관이 없는 불모지였다. 김미경 대표 역시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2014년 우연한 기회에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성 평등 관련 교육을 듣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임을 직감했다.

전문가들과 다양한 모임을 가졌고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지정 교육을 이수했다. 또한 지역에서 같이 활동할 사람과 후원자들을 모아 2019년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서부경남 처음으로 여성가족부가 인증하는 경남성평등교육센터를 개설했다. 젠더폭력예방 경남포럼은 다양한 강연, 포럼 등을 개최하고 경남성평등교육센터는 강사를 배출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들 단체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다.

“두 기관을 처음 만들었을 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수익기관이 아닌 데다 후원도 많이 없어 예산 부담이 컸습니다. 관련 단체나 인프라도 부족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대면 교육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홍보 자체도 되지 않았죠.”

성 평등 인식에 대한 무관심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진주 편의점 알바 폭행’ ‘딥페이크 사건’ 등을 겪으며 바뀌기 시작했다. 경남성평등교육센터의 경우 한 달에 1~2건에 불과했던 교육 요청이 20여 건으로 대폭 늘었고 지금도 10여 건씩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학교 역시 예전에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 인지 교육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학생 중심으로 변경된 상태다.

김 대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여성폭력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또 제2, 제3의 편의점 알바 폭행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성 평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의 여성 안전 대책은 안심장비 지원 등 물리적·기능적 환경 개선에 치중돼 있습니다. 이는 여성폭력 근절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여성폭력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성 평등 교육이나 성 인식 개선 교육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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