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도둑' 누명 쓴 여중생…얼굴 사진 공개한 업주 검찰에 송치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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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개된 인쇄물. 연합뉴스 당시 공개된 인쇄물. 연합뉴스

무인점포에서 정상적으로 결제를 마친 여중생 손님을 절도범으로 오해하고 그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무단으로 공개해 붙인 업주가 검찰에 넘겨졌다.


19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40대 업주 A 씨를 최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일 인천시 중구에 있는 무인 샌드위치 점포에서 손님인 중학생 B 양의 얼굴이 찍힌 CCTV 화면 사진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님 B 양은 지난달 29일 A 씨 점포에서 3400원짜리 샌드위치를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샀으나, 업주 A 씨는 결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오해했다. 이후 A 씨가 가게에 붙여놓은 CCTV 갈무리 화면 사진에는 B 양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담겼다. A 씨는 사진 밑에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고 갔나요? 연락주세요"라고 썼다.


그런데 A 씨는 B 양이 제품을 정상 결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당시 B양 부모는 "딸이 다시 가게에 갔을 때 얼굴 사진이 붙어 있었다"면서 "간편결제를 처음 써 본 딸이 혹시 결제가 안 돼 절도범으로 오해받을까봐 가게 안 CCTV를 향해 결제 내역을 보여줬는데 도둑으로 몰렸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딸은 도둑으로 몰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 지금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네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고 하소연했다. A 씨는 키오스크에 B 양의 구매 내역이 없는데 오류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간편결제 회사에 문의했더니 정상적으로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담하게 절도를 저지르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는데,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일러스트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반면 B 양 부모는 A 씨가 결제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딸의 얼굴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고 모욕감을 줬다며 A 씨를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 A 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결제용 기기(키오스크)에서 결제 내역이 없어 B 양을 도둑으로 착각했다"며 "위법인 줄 모르고 B 양의 사진을 가게에 붙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B 양 부모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사건 관련자들을 조사했다"며 "A 씨에게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송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무인점포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절도를 의심해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무인 문방구 업주는 지난 3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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