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7일만에 침수…훼손 가속
집중호우에 사연댐 수위 56m 넘어
반구대 암각화 그림 완전히 잠긴 듯
사연댐 수문은 빨라야 5년 뒤 준공
반구대 암각화 보존 목소리 커질 듯
‘자맥질 국보’로 불리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달 12일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반구천의 암각화’ 중 하나다.
집중호우가 내린 19일 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 ‘마이 워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56.66m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로 8m, 세로 4.5m가량(주 암면 기준)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가 사실상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다.
사연댐 수위는 평소 해발 40m~최고 60m 정도다. 우기에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 침수가 시작돼 56.7m일 때 그림이 완전히 잠긴다. 수위 조절이 안 되는 월류형 댐이어서 물이 차면 반구대 암각화도 함께 잠기는 것이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1971년보다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지어졌다.
수자원공사는 평소 사연댐에서 천상정수장으로 보내는 생활용수를 꾸준히 방류해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고, 비가 오면 공업용수까지 추가로 방류해 수위를 조절한다. 그러나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 댐에 들이차는 물이 방류량을 크게 웃돌아 댐 수위가 오를 수밖에 없다. 19일 오후까지 50mm 이상 비가 예보된 상태여서 댐 수위가 낮아지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가 꼼짝없이 수몰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훼손 위험이 가중되는 것이다. 앞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를 설치해 암각화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하반기 착공할 경우 빨라도 2030년께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폭우가 내릴 때마다 반구대 암각화가 거센 흙탕물에 휩싸이면서 훼손이 불가피다는 얘기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