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군비 확보했는데 도비 발목?…남해 기본소득 ‘비상’
도의회 상임위 제동…도비 삭감
형평성 등 문제 제기…무산 위기
군수·지역 도의원 등 ‘부활’ 호소
정부가 전국 7개 군 지역을 대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상지인 경남 남해군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재정자립도에도 군비 확보 방안을 마련했는데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도비가 전액 삭감됐다.
7일 남해군에 따르면 장충남 남해군수는 지난 5일 남해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시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경남도의회의 도움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해군수로서 가진 모든 역량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예산 복원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장 군수가 이처럼 기자회견에 나선 건 기껏 선정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전국 단위 사업이다. 사업 대상지 전 주민에게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월 15만 원씩, 연 180만 원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전국 49개 군이 신청해 남해군을 비롯한 7개 군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이름을 올렸다. 남해군은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교부세 증액으로 확보한 재원을 비롯해 순세계잉여금, 재정안정화기금,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능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지급 방식 검토, 대상자 기준 마련, 지역경제 순환 모델 설계, 읍면 설명회·소상공인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행정적 기반도 구축했다.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업은 경남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3일 농정국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인구 유입 풍선효과 우려 △타 시군 형평성 문제 △지방비 부담 과중 등 이유로 도비 126억 36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전체 예산은 702억 원으로 정부 280억 8000만 원(40%)·도비 126억 3600만 원(18%)·군비 294억 8400만 원(42%)으로 구분돼 있다. 매칭 사업 특성상 도비가 포함되지 않으면 국비 지원도 불가능해진다.
백수명 농해양수산위원장은 “농어촌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 성격의 사업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임에도 지방비 매칭을 강요해 농업 예산의 구조적 문제를 일으켰다.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공모사업은 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해군은 비상이 걸렸다. 한때 3만 9000명대로 떨어졌던 남해군 인구는 최근 4만 명 선을 회복했다. 내년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데, 당장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류경완 도의원(남해)은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침체한 상권을 살리는 투자다. 주민이 주도해 만든 정책을 의회가 일방적으로 꺾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해군은 일단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해수위에서 예비심사한 예산안은 오는 10일 예결특위 종합심사 의결을 거쳐, 16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장충남 군수는 “남해군 노력만으로는 이 사업을 완성할 수 없다”며 “군민의 참여와 관심, 경남도와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 경남도의회와 남해군의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