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우승과 ‘스리핏’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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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했다.다저스는 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7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4로 이겼다.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올해 월드시리즈 4승 가운데 홀로 3승을 책임졌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AP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했다.다저스는 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7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4로 이겼다.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올해 월드시리즈 4승 가운데 홀로 3승을 책임졌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AP연합뉴스

매년 11월과 4월쯤 프로 스포츠 시즌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바로 연속 우승이다. 올 가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에서는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의 우승은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상대팀 토론토와 매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펼쳤기 때문이다. 마지막 7차전에서 연장전까지 간 극적인 승부 끝에 나온 결말은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에 나온 월드 시리즈 연속 우승이라 의미를 더했다. 이제 다저스 앞에는 ‘숫자 3(three)’과 ‘되풀이(repeat)’의 합성어인 ‘스리핏(Three-peat·3시즌 연속 우승)’이 새 도전 과제로 주어졌다.

이 단어는 1980년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LA 레이커스를 이끈 명장 팻 라일리가 상표권으로 등록하면서 유명해졌다. 정작 본인은 3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두 차례나 성공시키면서 팀 스포츠에서는 최고의 영광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국내에서는 3연패를 넘어서면 아예 ‘왕조’라는 호칭이 붙는다. 한 시대를 지배했다는 의미다. 가까운 예로 KBO리그는 삼성 라이온즈가 4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삼성 왕조’로 불렸고, K리그에서는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와 울산 HD가 연이어 5연패와 3연패를 달성했다.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도 과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6연속 우승으로 장기집권을 했는데, 올해 봄 부산 BNK가 우리은행의 또다른 스리핏을 저지하면서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월드 챔피언 T1이 사상 처음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롤드컵)에서 쓰리핏(3-peat·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T1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월즈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 사상 첫 3연속 우승 달성한 T1 LoL 선수단. 왼쪽부터 김정균 감독, '도란' 최현준,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연합뉴스 월드 챔피언 T1이 사상 처음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롤드컵)에서 쓰리핏(3-peat·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T1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월즈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 사상 첫 3연속 우승 달성한 T1 LoL 선수단. 왼쪽부터 김정균 감독, '도란' 최현준,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연합뉴스

오랜 부산 야구팬들은 더욱 절실하게 느낄테지만, 일정한 규모를 갖춘 장기 레이스에서는 정상을 한 번 찍어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당장 한 번의 우승 뒤에는 상대팀이 내놓는 각양각색의 파훼법에 맞서야 한다. 팀 내부에서도 선수단 구성의 변화와 함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 갑작스런 변수가 많다. 심리적 압박이라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승을 세 번 연속으로 다시 이뤄낸다는 건 매우 어렵다.

마침 얼마 전 e스포츠에서도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티원)이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 대회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지닌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3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페이커는 선수 생명이 짧고 이적도 잦은 프로게이머 세계에서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지만, 이번 우승은 통상적인 은퇴 시기인 20대 중반을 지난 서른을 목전에 두고 이룬 대업이라 더 위대하다는 평도 나온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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