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정부에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제안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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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벤처캐피탈 규제 완화 제안
‘금산분리 규제’도 ‘합리화’ 요구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도약(Jump-Up) 프로그램 서밋’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도약(Jump-Up) 프로그램 서밋’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가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20건을 건의했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서를 통해 자본시장 기반 모험자본 확충, 산업·금융 연계 강화, 정책금융 인프라 개선, 정책금융 운영 효율화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생산적 금융이란 금융이 자금 중개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혁신, 투자, 생산활동에 기여하도록 자금 공급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혁신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혁신 투자 강화를 위해 도입된 지주회사 CVC는 외부자금 조달 비율(40%)과 부채비율(200%) 제한, 해외투자 한도(20%) 등의 규제로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또 CVC가 계열사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돼 전략적 투자 연계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상장형 펀드인 BDC는 민간 자본이 혁신기업으로 유입되는 핵심 통로가 될 수 있음에도 기업금융(IB) 업무와 연계된 자기 이익 우선, 부실 자산 전가 등 잠재적 이해 상충 우려로 증권사 참여가 제한되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증권사는 이미 ‘차이니즈 월’(금융회사의 영업·투자 등 부문 간에 내부정보가 교류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 제도를 통해 이해 상충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며 운용 역량과 시장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의 BDC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CVC 자금조달 투자 대상 규제를 합리화하고, BDC의 참여 주체를 확대해 민간 자본이 보다 원활하게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협은 산업과 금융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과 금융회사 지분 보유 제한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일반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일정 비율(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30%, 비상장사인 경우 50%)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사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경협은 이런 규제가 지주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산업과 금융 간 협력 투자 및 혁신적 자본 운용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폐지하고, 지주회사가 단기적으로는 여신금융사, 장기적으로는 금융사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단계적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한경협은 특히, 기업의 업종·규모·재무현황·자금용도 등을 AI가 분석해 기업의 특성과 자금 수요를 종합 판단하고, 최적화된 정책자금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신청·실행하는 ‘AI 기반 정책금융 매칭·실행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분석해 지원 가능 한도, 보증·대출 절차,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경로에서 자동 처리되는 지능형 금융지원 체계로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이를 통해 기존 정부 시스템을 기업 현장 중심으로 고도화함으로써, 정책금융의 실효성과 접근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자금이 기업의 자금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심사 절차 간소화와 행정 부담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금융이 기업의 혁신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산업정책의 방향이 시장의 활력을 높이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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