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당시 근무자 3명이 500명 순찰
보안 근무자 3명, 6개 수용동 담당
주말 통상 근무자 47명보다 적어
의무관 재택근무 등 대응 어려워
교정 인력 확충 필요성 목소리도
부산구치소에서 20대 미결수가 숨진 배경에는 교정당국의 관리 공백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구치소에서 20대 미결수가 같은 방 재소자들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부산일보 9월 24일 자 1면 등 보도)에 교정 당국의 관리 공백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인 사건 당일 보안 근무자 3명이 6개 수용동 순찰을 담당했고, 의무관은 재택근무를 하는 등 큰 사고에 효과적 대응이 어려웠던 정황이 파악됐다.
12일 〈부산일보〉가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사건 자료’에 따르면 주말 기준 부산구치소 보안 근무자는 통상 47명이다. 지난 8월 기준 부산구치소 재소자는 220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주말 동안 보안 근무자 1명이 담당하는 재소자가 46~47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수용자 관리와 통제 외 사무 처리를 맡는 사무 근무자와 달리 교도관인 보안 근무자는 재소자를 직접 관리하거나 순찰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A 씨가 숨진 지난 9월 7일 일요일에는 보안 근무자 3명이 6개 수용동을 순찰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근무자 3명이 각각 2명과 1명으로 이뤄진 2개 조로 나뉘어 교대로 순찰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6개 수용동에는 A 씨를 포함해 재소자 약 500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대로 된 재소자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사건 당일 교정 당국이 폭행당한 A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사실을 수용자 신고로 알아차린 데에도 이러한 인력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일 근무 인력 부족도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평일 보안 근무자는 158명이다. 접견과 외부 의료 시설 진료 등에 따라 근무 인원이 소폭 바뀔 수 있지만, 대체로 약 150명이 평일에 출근한다.
평일 기준 보안 근무자 1명이 담당하는 재소자는 13~14명 수준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지속된 교정 사각지대에서 교정 당국의 수사 결과와 같은 지속적인 폭행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송치 의견서에 따르면 같은 방 재소자인 피의자 3명이 A 씨의 배, 가슴, 목 등을 일주일 넘게 수시로 때렸으나 교정 당국은 이를 사실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 사건 이후 즉각 작동했어야 할 의료 부분 공백도 확인됐다. 평일 부산구치소 의료 부서에는 의무관 2명과 간호사 9명 등 20명 정도가 근무하지만, 주말에는 의무관과 간호사와 교정직 등 3명만 근무한다. 그마저도 의무관은 재택근무로 비상시 즉각적 대처가 어려운 구조다. A 씨가 숨진 당일에도 의무관은 재택근무 중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앞서 2020년 5월 부산구치소에 입소한 30대 재소자 B 씨가 입소 32시간 만에 숨진 사건 때도 지적됐다. B 씨는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금요일 밤에 입소한 탓에 주말 동안 진료받지 못했다.
교정 당국은 난동을 피우는 B 씨 손발을 보호 장비로 묶은 채 14시간 넘게 그를 수감했다. B 씨도 A 씨처럼 일요일 아침에 숨을 거뒀다.
관리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지원이 열악하면 결국 이번 사건과 같은 사망사고와 재소자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서 가장 과밀 수용이 심한 부산구치소에 실질적인 근무 인력 확대가 없다면 이러한 사고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158.1%에 달해 전국 55개 교정시설 중 가장 높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교정시설의 시설·장비 현대화도 중요하나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교정 인력의 확충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업무 과부화는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결국 여러 교정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직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데 대한 정부 논의와 이에 따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